[비바100] "목청 높여 노래연습해도이웃에게 항의받을 일 없죠"
[스타트업] 방음부스 브랜드 ''''뮤지쿠스''''
방음부스 개발로 뮤지션들 난제 해결…기존 방음부스 보다 합리적 가격에 이동설치도 쉬워
입력 2019-03-06 07:00 수정 2019-03-05 14:00 | 신문게재 2019-03-06 16면
뮤지쿠스(MUSICUS)는 음악을 뜻하는 ‘뮤직(MUSIC)’과인간을 뜻하는 접미사 ‘쿠스(CUS)’를 합친 말이다.
전문 뮤지션에서부터 음악가를 꿈꾸는 사람,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튜버 등 이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방음부스를 생산·판매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음악이 너무 하고 싶지만 이웃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제가 소음 피해를 주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세 가지였어요. 음악 연습실을 다니거나, 목재 방음부스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직접 제작하거나…”
허재경 뮤지쿠스 대표는 힙합 뮤지션이다. 어린시절부터 힙합에 빠져 살았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자취방에서 밤샘하며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3년간 무려 40여 곡의 노래를 만들며 힙합 공연 브랜드도 론칭했다고. 전주에 JUMP (Jeonju Underground Music Party)라는 공연을 2년에 걸쳐 9회를 진행했는데 전주에서는 처음 기획된 힙합 공연 브랜드라고 한다.
뮤지쿠스 방음부스 이미지(사진제공=뮤지쿠스)
이런 그가 방음부스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뮤지쿠스의 대표가 됐다. 어느 날 자취하던 원룸의 이웃에게 “음악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항의성 쪽지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주위에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음악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자니 원룸 한 달 월세와 맞먹는 연습실 비용이 들었다. 연습실을 오가는 시간 역시 아까웠다. 그렇다고 시중에 나와 있는 목재 방음 부스를 마련하자니 200만~300만원에 가까운 비용부담이 컸다. 더구나 방음부스를 이동하려면 비용이 발생하는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단점도 있었다.
“이동이 쉽고, 가격이 저렴한 방음부스가 있으면 어떨까?” 뮤지쿠스 방음부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처음에 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잡담하는 힙합엘이(HIPHOPLE) 커뮤니티에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조립이 쉽고, 단순한 구조로 가격이 저렴한 방음부스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일부 부정적이고 약간의 비아냥이 섞인 답변이 많았지만 하나씩 제품을 개발해 나갈수록 사람들이 비판보다는 응원이 많아졌고, 제품을 완성했을 때는 커뮤니티 내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이 나오다 보니 자신감을 갖고 사업화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뮤지쿠스 방음부스 B150 (사진제공 = 뮤지쿠스)
첫 판매는 2016년 11월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됐다. 판매를 위한 홈페이지 제작과 결제 모듈을 갖추고 마케팅을 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 큰 리스크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판매는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며 한 달 만에 3200만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목표치의 630%를 달성한 것이다.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방음부스의 사업성은 그간의 수상경력에서도 볼 수 있다. I2B창업대회, 광주 창업대회 등 각종 창업대회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는 것은 물론, 특허청 지식재산 지원 사업에 선정과 중기청 마케팅 지원 사업에도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뮤지쿠스 허재경 대표(사진제공 = 뮤지쿠스)
무엇보다 뮤지쿠스가 생산하는 방음부스의 장점은 역시 방음효과다. 부스 내에서의 소리와 부스 밖 1m 떨어져서 소음을 측정하면 평균 20dB(데시벨)의 차단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콘서트홀이나 영화관 등에 쓰이는 두꺼운 커튼소재 사이에 고중량 폴리염화비닐(PVC) 차음재와 흡음재를 삽입한 4중차단 구조로 얇은 두께지만 중·고음역의 소리를 효과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제품 프레임과 차단막 등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들이 모두 친환경 자재인 것은 물론 이동과 설치가 쉽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더군다나 합리적인 가격이 더욱 매력적이다. 기존의 목재 부스(약 200만원)의 추가 설치비용만으로도 살 수가 있고 전문인력 없이 개인이 조립 가능하다 보니 추가 설치·해체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점은 고객에게 가장 환영받는 부분이다.
주 고객층은 누구나 알고 있는 프로뮤지션에서부터 아마추어 뮤지션 그리고 취미로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 등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방음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넓다보니 현재는 성우, 유튜버, 1인 크리에이터, 게이머, 사무실 통화부스 등 다양한 곳에서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뮤지쿠스 허재경 대표(사진제공 = 뮤지쿠스)
반응이 폭발하다보니 인력도 늘었다. 처음 허 대표 혼자 시작해서 지금은 5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각각 마케팅, 제품개발, 콘텐츠 제작, 물류관리 직원들이다. 매출은 첫 펀딩 이후 2년 동안 약 20배 이상 상승했다. 특이한 점은 직원 모두 음악인이란 것. 방음에 대한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허 대표는 “누구나 즐겁고 쉽게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 뮤지쿠스의 미션”이라며 “단지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이 방음부스이고, 제가 음악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방음’이었기에 이 미션을 실행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명 힙합 뮤지션 넉살은 뮤지쿠스의 방음박스에 대해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술, 마술 같은 아이템”이라는 영상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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